
누구의 사장인가?
박민 사장은 최근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된 지 얼마 안 됐는데 (통합고지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방송법을) 빨리 고쳐달라고 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그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결산 보고에서 수신료 통합고지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내뱉은 말입니다. 이어 “통합고지를 요청하고 요구하기에는 (KBS의) 공정성이나 방만 경영의 혁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렇다할 경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박민 사장의 자기반성처럼 들립니다. 문제는 1천억 원대 적자가 예상돼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사장으로서 현실 파악은 제대로 하고 있냐는 겁니다.
KBS의 공정성은 박민 사장 취임 후 더 후퇴했습니다. 지난 광복절 ‘나비부인 방영 참사’의 국면에서도 <기적의 시작>방영을 강행하고, 진영에 거슬리는 프로그램은 제작이 무산되거나 방영이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뉴스는 애써 정권과 관련된 논쟁적 기사를 회피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사장은 ‘방만 경영’을 혁신하기는 커녕 오히려 답습하고 있습니다.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고작 구성원들의 제작비를 쥐어짜는데 골몰하는 한편, 간판 라디오 시사프로에 내부 후보군을 배제하고 특정 진영에 편향적인 유튜버를 앉혀 거액의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혁신이 아니라 ‘반대 진영 쳐내기’에 방점이 찍힌 어설픈 개편안들 때문에 오히려 반대 진영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박민 사장에게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이해, 제작과 경영에 대한 전문성을 기대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 처한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가 더 나빠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최소한의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 기대조차 틀렸다는 걸 사장은 수개월 내로 입증해냈습니다.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겠노라며 모든 것을 단번에 이뤄낼 것처럼 공언했지만, 수신료 분리 징수의 영향이 미미한 상황에서도 회사는 역대 최악의 적자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제작 환경 악화, 신뢰도 하락, 구성원 사기 저하는 확실히 이뤄냈습니다. 계속되는 특별명예퇴직과 희망퇴직, 최근에는 무급휴직까지. 유능한 직원에게 탈출구를 열어주고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인식을 분명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수신료 통합징수안에 대한 맹목적 거부.’ 연임을 염두에 두고 누군가의 심기를 거스르기 싫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런 대안 없이 1년 전 하던 말을 그대로 주워담기에 지난 1년의 성적이 너무 처참합니다.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먹자는 게 아닙니다. 안정적 재원구조와 이를 위한 수신료 확보는 '공짜'를 바라는 게 아니라 공영방송의 근간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켜야 하는게 사장의 역할입니다.
"많은 직원들이 따라준 건 이 방향으로 가는 게 틀리지 않다고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는 말은 차라리 위선이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그리 믿고 있다면 공영방송 KBS에서 사장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없습니다.
수신료 제도를 지켜내지 못한 사장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포기한 사장은 처음입니다. 30년여 언론인 경력이 부끄럽고 무색합니다. 남은 임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최악의 사장’이라는 수식어를 넘겨받게 될 것입니다.

누구의 사장인가?
박민 사장은 최근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된 지 얼마 안 됐는데 (통합고지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방송법을) 빨리 고쳐달라고 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그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결산 보고에서 수신료 통합고지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내뱉은 말입니다. 이어 “통합고지를 요청하고 요구하기에는 (KBS의) 공정성이나 방만 경영의 혁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렇다할 경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박민 사장의 자기반성처럼 들립니다. 문제는 1천억 원대 적자가 예상돼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사장으로서 현실 파악은 제대로 하고 있냐는 겁니다.
KBS의 공정성은 박민 사장 취임 후 더 후퇴했습니다. 지난 광복절 ‘나비부인 방영 참사’의 국면에서도 <기적의 시작>방영을 강행하고, 진영에 거슬리는 프로그램은 제작이 무산되거나 방영이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뉴스는 애써 정권과 관련된 논쟁적 기사를 회피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사장은 ‘방만 경영’을 혁신하기는 커녕 오히려 답습하고 있습니다.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고작 구성원들의 제작비를 쥐어짜는데 골몰하는 한편, 간판 라디오 시사프로에 내부 후보군을 배제하고 특정 진영에 편향적인 유튜버를 앉혀 거액의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혁신이 아니라 ‘반대 진영 쳐내기’에 방점이 찍힌 어설픈 개편안들 때문에 오히려 반대 진영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박민 사장에게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이해, 제작과 경영에 대한 전문성을 기대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 처한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가 더 나빠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최소한의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 기대조차 틀렸다는 걸 사장은 수개월 내로 입증해냈습니다.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겠노라며 모든 것을 단번에 이뤄낼 것처럼 공언했지만, 수신료 분리 징수의 영향이 미미한 상황에서도 회사는 역대 최악의 적자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제작 환경 악화, 신뢰도 하락, 구성원 사기 저하는 확실히 이뤄냈습니다. 계속되는 특별명예퇴직과 희망퇴직, 최근에는 무급휴직까지. 유능한 직원에게 탈출구를 열어주고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인식을 분명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수신료 통합징수안에 대한 맹목적 거부.’ 연임을 염두에 두고 누군가의 심기를 거스르기 싫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런 대안 없이 1년 전 하던 말을 그대로 주워담기에 지난 1년의 성적이 너무 처참합니다.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먹자는 게 아닙니다. 안정적 재원구조와 이를 위한 수신료 확보는 '공짜'를 바라는 게 아니라 공영방송의 근간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켜야 하는게 사장의 역할입니다.
"많은 직원들이 따라준 건 이 방향으로 가는 게 틀리지 않다고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는 말은 차라리 위선이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그리 믿고 있다면 공영방송 KBS에서 사장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없습니다.
수신료 제도를 지켜내지 못한 사장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포기한 사장은 처음입니다. 30년여 언론인 경력이 부끄럽고 무색합니다. 남은 임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최악의 사장’이라는 수식어를 넘겨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