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21. 경영진 급여부터 전액 반납하자


경영진 급여부터 전액 반납하자

 

회사가 오늘 이사회에 무급휴직 안을 보고한다고 합니다. 올해 1,600억 원 적자가 예상되는데다 전사적 고용조정과 해고 회피노력을 지속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박민 사장과 현재 경영진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결국 인적 구조조정이 전부인가 봅니다. 흔히 무급휴직은 정리해고를 위한 사전 단계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박민 사장은 취임 후 지금까지 팀장급 임금 반납, 직급체계 개편, 조직개편, 직원 임금 삭감 등 졸속 개혁안을 남발해왔습니다. 근거가 미약할 뿐더러 진단과 처방 모두 잘못된 개혁안은 회사 안팎의 비난과 조롱을 받으며 캐비닛에서 먼지가 쌓이고 있습니다.

 

개혁안이 출발선에서 연거푸 주저앉았던 건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은 매번 해당 부서나 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고, 아이디어나 주장 수준에 그칠 내용을 최종안으로 제시한 다음에야 의견을 수렴하는 듯 시늉했습니다.

 

무급휴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전일 연차촉진과 한시직 감축으로 제작현장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제작자의 의견을 무시하는 간부들의 독주로 근로의욕도 땅바닥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무급휴직으로 현장에 공백이 생기면 실수와 사고 가능성은 현저히 높아질 것입니다. 경영진은 이런 상황을 무시하는 걸까요? 아예 짐작조차 못하는 것일까요? 사측은 이번 무직휴직안조차 이사회 보고 다음에야 노동조합에 설명하겠다고 뒤늦게 연락해왔습니다.

 

대규모 적자에 인건비라도 절감할 상황이면 경영진이 급여를 모두 반납하십시오. 현재 회사에서 ‘가성비’가 가장 떨어지는 건 경영진입니다.

 

광복절 <나비부인> 방영 논란으로 수신료 사업지사에서는 통합고지를 거부하는 민원이 연이어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실수를 예방해야 할 시간에 편성본부장은 <기적의 시작> 편성을 밀어 붙이고 있었습니다.

 

제작본부장은 선거가 끝난 다음 방송될 다큐멘터리를 두고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제작을 무산시킨데 이어, 한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본인 마음대로 앉히려다 반대에 부딪히자 방송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사실상 ‘유급휴직’ 상태인 이들을 두고, 현장에서 허덕이는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게 회사를 위한 것일까요? 이쯤이면 처음부터 정리해고만 목표에 두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연차촉진과 명예퇴직, 한시직 감축, 제작비 삭감 등 가슴을 조여오는 상황에서도 KBS 구성원들은 묵묵히 자기 책임을 다 해왔습니다. 

 

경영진이 수치스러운 일을 벌이더라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 건 구조조정, 정리해고의 공포 때문이 아니라 위기에 회사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상황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각 본부마다 무능하고 수치심 없는 간부들의 독주에 ‘차라리 무급휴직으로 두 달 쉬는 게 낫겠다’는 얘기까지 들려옵니다.

 

경영진은 무급휴직을 입에 올리기 전에 제값 못하는 급여부터 전액 반납하십시오. 박민 사장은 할 수 있는 게 정리해고 뿐이라면 가장 먼저 무능한 경영진과 본인 스스로를 정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