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01. 심판이 선수로 뛰는 편성위원회? 대표성은 배제에서 나오지 않는다

e3f4d3b6a066a.gif



심판이 선수로 뛰는 편성위원회? 

대표성은 배제에서 나오지 않는다

 

 

지난 금요일 언론노조 KBS본부장 겸 KBS 취재·보도·제작·편성 부문 종사자 대표 겸 KBS 노사협의회 근로자측 의장이 편성위원회 종사자측 위원 5명을 추천했다.

 

노사협의회 의장을 자처하며, ‘종사자 과반 노조’의 위원장으로서 룰을 정하고, 그 룰에 따라 과반임을 신고하고, 확인하고, 대표의 지위를 얻고, 위원을 추천하는 과정은 경이로웠다. 법령과 규칙이 그렇게 만들어진 건데, 당사자도 마땅한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같이노조는 '심판이 경기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에 따라 본인이 경기에 참여해 승자까지 결정하는' 방송법과 그 후속조치의 구조가 오히려 편성위원회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근로자참여법에 따른 ‘과반노조’가 없는 KBS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종사자 과반노조’의 존재는 대표성에 대한 논란을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구성되는 편성위원회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구다. 시청자위원회 위원 추천 권한을 가질 뿐만 아니라, 향후 이사 15인 가운데 3인을 추천할 기준이 되는 방송편성규약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쥐고 있어 새로운 사장 선임 절차에까지 직·간접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종사자측 5인에는 협회장 위주로 지명됐지만 이들이 전체 구성원의 요구를 어떤 식으로 수렴하고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묻고 싶다. 편성위원의 임기는 도대체 언제까지인가? 행정예고안 그 어디에도 종사자 대표나 위원의 임기에 관한 명확한 룰조차 없는 상태에서, 만약 특정 협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면 편성위원도 새로운 협회장으로 자동 교체되는 것인지조차 불투명하다.

 

더구나 노동조합과 직능협회는 그 목적과 구성원이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근거로 협회장들을 위원으로 지명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다.

 

우리는 방미통위 행정예고안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후속조치에 대한 방미통위 토론회에서 언론노조 KBS본부장(당시 후보)은 “소수 노조에 배정할 경우 사업자 측의 지배·개입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동료 노동조합을 협력과 공존의 대상이 아닌 '배제와 불신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정 집단의 목소리만이 정당성을 가진 것처럼 전제하는 것은 제도 본연의 취지와 헌법이 상정한 민주적 대표성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진정한 대표성은 배제에서 나오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의견을 수용하고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를 인정하며 존중할 때, 비로소 절차적 정당성과 대내외적 신뢰도 함께 확보될 수 있다.

 

앞으로도 같이노조는 편성위원회가 결코 특정 노조의 전유물이 되도록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편성위원회가 묵묵히 헌신하는 KBS 전체 근로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내는 진정한 대표 기구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감시할 것이며, 대표성과 정당성을 훼손하는 구성과 운영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묻고 바로잡아 나갈 것이다.


cb168ae66e767.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