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같이[가치]노동조합 창립선언문
회사를 둘러싼 말라 비틀어진 화환, 귀에 박히는 힐난과 조롱, 좀처럼 해법은 보이지 않는 공허한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안녕하십니까.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지만, 회사는 몇개월째 이렇다할 대응 한 번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의 신뢰를 되찾고, 재원 마련 방안을 고민해야할 시기에 헌법소원에 회사와 직원의 명운을 걸었습니다.
노동조합은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교섭대표노조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라는 노조 본연의 책무를 버리고, 경영진 감싸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노조는 '사장 퇴진'의 명분 아래 외부의 공격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노조는 경영진으로 가는 관문이 아니라, 경영진의 매서운 감시자가 돼야 합니다. 외부의 힘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회사를 바꿔야 합니다.
KBS는 시청자의 신뢰를 되찾고,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합당한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은 시청자들이 공영방송 KBS에 기대하는 가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지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노동조합의 근본에 충실한 새로운 노조를 만들 것입니다. 진영과 정치적 이해에서 벗어나 경영진 감시와 견제, 노동자의 권익보호, 이념이 아닌 상식적인 가치만 목표로 삼겠습니다. 선배들의 그늘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에 맞는 노사관계를 정립하겠습니다. 근로조건을 부당하게 저해하려는 시도, 방송법과 편성규약이 보장하는 제작 자율성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있으면 누구보다 강하게 싸울 것입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성명, 다른 노조에 대한 공격, 상급단체 가입, 비대한 상근 조직 운영은 지양하겠습니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권력의 의지로 휘몰아치듯 진행됐지만, KBS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안팎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우리 스스로 회사를 바꿔나갈 수 있음을 보여줄 겁니다.
엄혹한 시기 새로운 길을 가는게 두렵습니다. 하지만 10년, 20년 뒤 후배에게 어떤 회사를 보여줄지 생각하며 첫 발을 뗍니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KBS, 다시 자랑스러운 우리의 KBS로 앞날을 바꾸고자 한다면 손잡고 '같이' 갑시다.
2023. 8. 17.
KBS 같이[가치] 노동조합